"정부가 '따상' 조장하는 셈"…공모가 개입 정말 괜찮나 [이슈+]

입력 2021-07-20 09:53   수정 2021-07-20 11:32

“정부 당국이 나서서 따상(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160% 상승)을 조장한 셈이 될 수 있습니다. 따상 현상은 상장기업 입장에선 더 조달할 수 있었던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거예요. 기업으로 들어갔으면 사업에 투자됐을 돈인데, 이걸로 소수가 시세차익을 얻는 겁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기업공개(IPO) 대어들에 대해 증권신고서 정정신고서를 요구한 데 대한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금융당국이 IPO 시장에 개입하는 데 대한 업계의 불만이 높다. 시장의 가격 형성 과정에 개입하고 있어서다. 금감원이 공식적으로 IPO 대어들의 '공모가가 높다'며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한 적은 없다. 하지만 업계는 해당기업들이 결국엔 공모가를 하향해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를 공모가 하향 요구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융당국, 공모주 하락 따른 여론 악화 우려하나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6일 카카오페이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2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의 희망 공모가 밴드 6만3000~9만6000원을 대폭 하향해 정정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와 희망 공모가 밴드는 무관하다는 게 금감원의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앞서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받은 에스디(SD)바이오센서와 크래프톤은 희망 공모가밴드를 대폭 낮춘 정정신고서를 제출한 뒤 상장 절차를 재개했다. SD바이오센서는 처음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희망 공모가 밴드 6만6000~8만5000원을 4만5000~5만2000원으로, 크래프톤은 45만8000~55만7000원에서 40만~49만8000원으로 각각 내렸다. 이후 증권신고서는 바로 통과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PO 흥행에 성공한 대형 종목들은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 가능성이 있다"며 아무래도 금융당국이 이를 우려해 나선 듯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투자한 종목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그 비난 여론이 금융당국으로도 향할 수 있기에,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추측했다.

공모주 시장이 과열됐다는 건 부인하기는 어렵다. 크래프톤이 처음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는 비교대상 기업 그룹에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디즈니가 포함돼 거품 논란이 일기도 했다.

거품 논란에도 높은 수준의 희망 공모가 밴드를 강행할 수 있었던 배경은 상장 절차를 본격화하기 전 장외 시장에서의 가치다. 크래프톤의 경우, 지난 4월28일 장외시장에서 주가가 주당 298만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시장에 맡겨야…정부 개입이 더 큰 왜곡 부른다”
이처럼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에 정부가 개입하는 데 대한 '가격 왜곡' 우려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불공정 행위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개입해야겠지만, 이를 의심할 정황이 없다면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형성된 가격을 인위적으로 억누르면 상장 이후 주가가 튀어 오를 수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따상을 조장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공모 시장이 과열되면서 IPO 대어의 따상을 공식처럼 받아들이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엄밀히 보면, 상장 기업 입장에서 따상은 달갑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상장 과정에서 기업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다는 반증이고, 상장 기업 입장에서는 더 조달할 수 있었던 자금을 놓친 셈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처럼 IPO 대어가 상장할 때마다 따상 현상이 반복되는 게 이상한 현상”이라며 “현재 공모주 시장에 거품이 끼고 있다면, 이는 상장기업들이 앞선 상장기업들의 따상이 반복된 데서 공모가를 높일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모 가격의 거품을 걸러낼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것도 아니다. 상장 예정 기업의 가치를 과도하게 매겨 흥행에 실패하면 주관사가 물량을 떠안아야 한다.

이 때문에 상장을 추진하기 전부터 이목을 끌지 못한 기업에 대해서는 주관사들이 공모가를 억누르기도 했다. 작년 하반기 상장한 한 바이오기업의 경우 수요예측에서 100대1에 가까운 경쟁률을 기록했고 대부분 기관이 밴드 상단의 가격을 써서 냈지만, 주관사의 요구에 공모가를 밴드 하단으로 결정했다. 당시 이 회사 대표는 주관사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대형 증권사를 상대로 강하게 공모가 상향을 주장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1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시점에 이 회사 주가는 공모가 대비 3배 넘게 올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공모가격 상승은 그 동안 공모가격이 너무 낮았던 걸 시장이 반영해 공모가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며 “여전히 대부분 상장기업은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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